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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이 기억하는 입적 법정스님(종합)

송고시간2010-03-11 21:57

<사촌동생이 기억하는 입적 법정스님>(종합)
법정스님 "상대방의 종교를 비방말고 존중해라"

(인천=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 "집안에서 저와 제일 많이 닮았다는 형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니 마음 한쪽이 뻥 뚫린 것 같습니다."

법정(法頂) 스님이 11일 입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스님의 사촌동생인 박성국(55) 해양경찰청 운영지원과장은 스님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박 과장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삿갓을 쓰고 전남 해남의 고향집을 찾아온 법정 스님을 본 후 스님이 입적하기까지 단 3차례에 걸쳐 스님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해양경찰관이 된 지 3년째인 1982년 여수해경서에서 근무할 때 여수시내에서 '법정 스님 방문법회'라는 플래카드를 보고 법회가 열린다는 대형 예식장을 대뜸 찾아갔다.

법회가 끝나고 '막내 사촌 동생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스님은 어느덧 훌쩍 커버린 박 과장의 손을 꼭 잡으며 "막내, 경찰관이 됐구나. 항상 베풀며 살고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와줘라"고 당부했다.

이후 1985년 법정 스님 어머니의 49재를 맞아 서울 신림동의 친척집에 들른 스님은 가족.친지의 종교를 일일이 묻더니 서로 제각각인 것을 알고는 "절대 상대방의 종교를 비방하지 말고 존중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법정 스님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아름다운 인연이 알려지면서 종교 간의 담을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스님은 이미 20년도 전부터 종교 간의 화합을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박 과장과 그 가족들은 최근 법정 스님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6일 스님이 입원한 강남 삼성의료원에서 스님의 마지막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병실문을 연 채로 3~4m 떨어진 곳에서 지켜봤지만 스님은 평소처럼 꼿꼿했다는 것이다.

이미 병이 깊어 말을 못했던 스님은 귀엣말로 가족의 방문을 알리는 다른 스님에게 '우왕좌왕하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하라고 해라'고 적은 법문을 내렸다.

박 과장은 "본인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주변이 어수선하자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며 "나이 들고 병이 드니 출가 후 멀리 해온 가족들에게 미안해했다는 말씀을 다른 스님들로부터 전해듣고 마음이 짠했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12일 하루 휴가를 낸 박 과장은 서울 성북동 길상사를 거쳐 13일 송광사에서 있을 법정의 다비식에 친척들과 함께 참석하기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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