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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하게 여겨지는 '가치'를 의심하라

송고시간2010-02-25 15:20

<숭고하게 여겨지는 '가치'를 의심하라>
'관용', '양의 탈을 쓴 가치'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사랑, 자유, 평등, 박애, 관용…. 어느 사회에서나 별다른 의심 없이 옳다고 받아들이는 가치와 덕목이 있다.

이런 가치의 진짜 가치를 의심해 보라고 주문하는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웬디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정치학과 교수는 '관용'(갈무리 펴냄)에서 프랑스어 발음대로 '톨레랑스'로 불리며 높은 대접을 받는 이 가치를 비판한다.

'다문화제국의 새로운 통치전략'이라는 부제처럼 저자에게 관용이란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생겨난 하나의 통치전략일 뿐, 정의로운 덕목은 아니다.

인종차별이나 동성애 혐오 등을 개개인의 관용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가 퍼지면서 정치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태도와 감수성의 문제로 축소된다.

어떤 집단의 차이가 사회적으로 생긴 것이며 공적이고 정치적으로 논의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탈정치적 사고를 굳히면서 국가와 사회에 사회 연대와 소통의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단지 차이가 있을 뿐인 소수자들을 '관용의 대상'이 되는 수동적 위치에 몰아넣을 위험도 도사린다. 한 집단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데는 구조적 원인이 있는데 이를 파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잘난 사람이 못난 사람 사정을 봐주는 것처럼 '묵인'하고 '회피'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처럼 되고만다.

저자는 "관용을 자유민주주의와 동일시하는 담론은 결과적으로 서구의 도덕적 우위와 비서구에 대한 서구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며 자유주의가 '관용'의 탈을 쓰고 '다문화 제국주의'로 흘러갔다고 지적한다.

이승철 옮김. 344쪽. 1만8천원.

<숭고하게 여겨지는 '가치'를 의심하라> - 3

독일 작가 미하엘 마리 역시 '양의 탈을 쓴 가치'(책보세 펴냄)에서 '가치'가 '가치의 설교자'들에 의해 조작되는 전제와 관념, 호소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다만 웬디 브라운처럼 정치사회적 담론을 파헤치기보다는 실제적인 인간관계와 심리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가령, '평화'라는 가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성탄절에 일시 휴전을 하고 선물과 음식을 교환하고 다음날 다시 서로 총질을 해대는 인간의 이중성을 가려주는 도구일 뿐이다.

사람들은 출산율이 낮아지면 인간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라고 비난하고,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은 '사회 안정'을 위해서라고 포장한다.

가치는 그 안에 있는 진짜 의미가 실재하는 숭고하고 인간다운 덕목이 아니라 목적 달성을 위해 부풀려지고 포장되는 관념이자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치를 비틀어보는 목적은 가치의 무(無)가치성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양의 탈'을 벗겨 내고 실체를 똑바로 보자는 것이다.

"문제를 구체적인 해결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관찰하는 데 실패했다면 단 한 가지 이유에서다.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이 교묘하게 가치 놀이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하고 우리를 현혹하는 가치의 배후를 보아야 한다."

이수영 옮김. 224쪽. 1만2천500원.

<숭고하게 여겨지는 '가치'를 의심하라> - 2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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