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혁 사망으로 돌아본 그라운드 응급의료 실태
송고시간2010-02-07 12:04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9년 넘게 투병해 온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이 7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41세. 전도유망한 포수였던 임수혁은 지난 2000년 4월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1루에서 2루로 뛰던 중 의식불명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사진은 지난 임수혁이 지난 95년 10월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95 프로야구 롯데와 LG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회초 투런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는 모습. 2010.2.7 << 연합뉴스 DB >>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 2000년 4월 프로야구 경기 도중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고 병상에 의지해온 전 롯데 선수 임수혁(41)이 7일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지난 10년 가까이 그가 일어나기를 바랐던 동료, 선.후배 야구인과 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수혁 사고는 예전 민사조정 사건으로 넘어가 지난 2003년 7월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강제 조정이 이뤄졌다. 당시 경기를 치렀던 두 구단이 선수에게 4억여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졌었다.
이후 구단과 선수 가족이 보상금 지급에 합의해 법원 판례까지 남지는 않았지만 그라운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응급 사고 때문에 법정 분쟁이 빚어졌던 거의 유일한 사례다.
임수혁 사건 이후 프로야구를 비롯해 각 프로 스포츠 구단들은 자체적으로 응급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의사가 경기장에 상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응급 처치 실태도 크게 나아지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9년 넘게 투병해 온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이 7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41세. 전도유망한 포수였던 임수혁은 지난 2000년 4월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1루에서 2루로 뛰던 중 의식불명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사진은 지난 2006년 4월 용인 자택에서 투병중인 모습. 2010.2.7 << 연합뉴스 DB >>
지난해 4월26일 잠실야구장에서는 임수혁의 사고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이번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김태균(28.지바롯데)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던 경기에서 두산 포수 최승환과 홈 베이스 앞에서 충돌, 중심을 잃고 뒤통수를 땅바닥에 부딪혔다.
김태균은 한참 동안 의식을 잃었다. 응급구조사가 뛰어들어와 허리띠를 풀고 응급 처치를 시도한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김태균은 큰 이상이 없었지만 한동안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리며 타격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잠실야구장 응급구호단은 자동제세동기와 휴대용 산소통, 심전도 모니터 등 호흡 곤란시 처치할 수 있는 기본 장비를 갖추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쓰러진 선수에게 접근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잠실야구장은 작년부터 정문 외에 1-5문 앞에 구급차 한 대를 추가 배치해놓고 있다.
지난 시즌 일부 구장에서는 응급차가 들어와야 할 동선 통로에 각종 행사용품 등이 잔뜩 쌓여 있어 진로를 가로막는 등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9년 넘게 투병해 온 프로야구 전 롯데 자이언츠 선수 임수혁이 7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41세. 전도유망한 포수였던 임수혁은 지난 2000년 4월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1루에서 2루로 뛰던 중 의식불명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사진은 지난 2006년 4월 용인 자택에서 투병중인 모습. 2010.2.7 << 연합뉴스 DB >>
또 주차공간이 협소해 일반 차량이 마구잡이로 주차해놓는 통에 응급차가 이동하려면 차를 빼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온 적도 있다고 한다.
현재 의사가 상주하는 구단은 프로야구 쪽에는 광주 무등야구장 인근 한국병원 당직의사가 나와있는 KIA밖에 없다.
물론 1급 응급구조사가 배치돼 있지만 당직 의사가 상주해야만 응급 의료체계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레이너와 응급 구조사, 의료진의 판단이 달라 우왕좌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신속한 응급 처치를 위해 지난 시즌 도중 구단 직원들이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았다.
지난해 야구장에서는 김태균을 비롯해 이종욱(두산), 이택근(LG) 등 각팀 주요 선수들의 충돌 사고가 유난히 자주 발생했다.
임수혁의 부친 임윤빈씨는 과거 배상금 문제가 합의됐을 때 "제2, 제3의 수혁이가 나오지 않도록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는 말을 전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국내 그라운드의 현실은 여전히 완벽한 응급구호 체계와는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이다.
oakchu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0/02/07 12: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