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사교육 지상주의?
송고시간2010-01-26 10:43
<'공부의 신' 사교육 지상주의?>
정규교사 비하ㆍ사설학원 홍보 구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명문대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은 KBS 월화극 '공부의 신'이 공교육을 비하와 사교육 조장, 사설학원 홍보 등 또 다른 논란에도 휩싸였다.
'공부의 신'은 파산 위기에 처한 병문 고등학교의 '꼴찌' 고3 학생 5명으로 '특별반'을 꾸려 1년 안에 '최고 명문 국립 천하대'에 진학시키려는 강석호 변호사(김수로 분)의 학교 재건 프로젝트를 골자로 하고 있다.
문제는 '천하대' 입학생을 배출하지 못한 학교의 정규 교사를 무능한 교사로 그리고, 외부 강사 영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 프로그램의 협찬사인 대성학원 계열의 대성N스쿨을 간접 홍보하고 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설학원 홍보 구설
지난 12일 방송된 4회에는 수학교사 차기봉(변희봉)이 시험지를 보고 "김대성 교수가 출제했구만"이라고 하는 대사와 함께 시험지에 '출제자 : 김대성'이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는 장면이 방송됐다.
앞서 1-2회 방송에서도 'N스쿨'이나 다른 대성학원 계열 학원의 로고가 방송됐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가방이나 차량 또는 배경을 통해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이른바 PPL(간접광고) 형식의 광고였다.
실제로 이 학원 홈페이지에서는 "'공부의 신' 속에 숨어 있는 대성N스쿨 로고를 찾아 응모해달라"는 이벤트가 진행됐으나 문제가 확산되자 해당 공지가 삭제됐다.
최성원 KBS노조 공정방송실장은 "문제가 된 대성N스쿨은 PPL 계약을 맺은 바 없고, 협찬 계약만 맺은 상태"라고 밝히고 "자막으로 협찬사의 이름을 알리는 것 외의 광고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공교육 비하와 사교육 강사 영입도 논란
공교육을 담당하는 병문고의 정규 교사들이 하나같이 무능하게 그려지는 것도 논란이다. 극 중에서 병문고 교사들은 특별반을 구성하는 '꼴찌' 학생들을 무시하면서도, 정작 학생들의 관심도 끌지 못하며 진도 나가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그려졌다. 학교 파산에 직면해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연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모습은 아직 교육 현장에서 찬반 논란 중인 교원평가를 시행하겠다고 강석호 변호사가 엄포를 놓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정규 교사들 대신 외부에서 영입한 입시 전문가들만으로 교사진을 꾸린 내용도 빈축을 산다.
강석호 변호사는 잠시 '특별반'의 영어 수업을 담당했던 영어교사 한수정(배두나)이 있는데도 외부에서 영어 강사 앤서니 양을 영입하고 한수정이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이에 한수정이 "나도 '특별반' 학생들을 천하대에 진학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자 "당신은 못한다"고 면박을 주기도 한다.
◇KBS노조 "공정방송추진위 안건으로 다루겠다"
당초 KBS 측은 '공부의 신'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획기적인 드라마"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실제로 방송이 진행되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논란이 된 드라마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 이상훈 씨는 "이렇게 대놓고 광고하는 드라마는 처음 본다"며 "대성N스쿨 다닐 학원비가 없는 학생들은 힘이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시청자인 이성정 씨도 "차기봉, 앤서니 양 등 외부강사는 '대박 스타 강사'인 셈"이라며 "연봉이 수십억이 된다는 승자독식구조의 인강(인터넷 강의)은 철저하게 시장경제주의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KBS노조는 '공부의 신'의 기획과 계약 관련 사안을 26일 열리는 노사 공동 공정방송추진위에서 다루겠다고 밝혔다.
comm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0/01/26 10:4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