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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안부 할머니 87명뿐…"해결 서둘러야"

"일본이 바라는대로 쉽게 못 죽어!"
"일본이 바라는대로 쉽게 못 죽어!"
(광주=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 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84) 할머니는 지난 13일 "일본이 우리가 죽기를 바라면서 사죄를 안하고 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려고 1992년 1월 8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수요집회'가 900회를 맞은 날이었다. <<지방기사 참고>> 2010.1.17

hedgehog@yna.co.kr

평균연령 84세.. 피해후유증ㆍ노환에 '힘겨운 삶'
"더 늦으면 영영 끝" 관계자들 빠른 대책 촉구

(창원=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남은 위안부 생존자는 이제 87명, 하루빨리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할 텐데…"

'경술국치' 100년을 맞은 올해 연초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 2명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단체와 관련 학계에서 생존자가 더 줄어들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이를 위한 외교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생존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면 사과와 배상 문제 자체가 흐지부지돼 버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남은 생존자는 87명뿐 = 지난 2일 대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순악 할머니가 암으로 별세했다.

8일에는 중국에 거주하던 김의경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별세했다는 소식이 중국대사관을 통해 전해졌다.

이로써 국가에 등록된 243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생존자는 87명으로 줄었다.

17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에 따르면 현재 생존 할머니 중 79명이 국내에 거주하며 나머지 8명은 중국(4명), 미국(2명), 일본(1명), 태국(1명) 등지에 있다.

생존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약 84세. 80세 이상이 72명으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90세를 넘긴 할머니도 5명이나 된다.

20명가량은 병원에서 투병 중이고 다른 할머니들도 대부분 피해 후유증과 노환 등으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사죄하던지 청춘을 돌려줘야 해"
"일본은 사죄하던지 청춘을 돌려줘야 해"(광주=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 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84) 할머니는 지난 13일 "일본 정부는 우리한테 저지른 만행을 사과하고 배상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내) 청춘을 돌려주던지"라고 말했다. 이날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려고 1992년 1월 8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수요집회'가 900회를 맞은 날이었다. 김 할머니는 지난 2007년 2월 15일 미국 하원 '위안부 청문회'에 참석,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낱낱이 증언하기도 했다. 2010.1.17

hedgehog@yna.co.kr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년에 10명을 넘기지 않던 사망자 수도 해가 갈수록 늘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57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정대협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 피해자들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일본 정부의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지원, 눈앞 보상에 그쳐 = 정부는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할머니들에게 매달 80만원 상당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기초생활법에 의거한 생계급여와 지자체 지원비가 별도로 지급되며 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이나 간병인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2006년 한일협정문서 공개 소송을 맡았던 최봉태 변호사는 이러한 정부의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지원법은 가족이나 2세, 3세를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나면 사실상 법이 사문화된다"며 "이 경우 위안부 피해배상을 위한 법적 장치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자칫 '생존자가 남지 않았으니 이 문제는 끝'이라는 식으로 흐지부지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ㆍ거제 시민모임'의 송도자 대표 역시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고 명예를 회복하는 일인데,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생활 지원에만 치우쳐 정작 핵심 문제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더 늦기 전에 日정부 압박해야" = 시민단체들은 생존 할머니가 더 줄어들기 전에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최대한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변호사는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협정문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2005년 협정문서를 공개하면서 위안부 문제는 일본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는 일본이 협정문서를 공개토록 요구하는 등 분쟁을 중재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위안부 할머니 109명은 2006년 정부가 대일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아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한편, 올해 일본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 입법청원운동'에 연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통영ㆍ거제 시민모임의 송 대표는 "가장 빠른 길은 일본에서 법률을 만드는 것"이라며 "1월 중으로 다른 지역 단체들과 함께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1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해 이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나 '평화와 인권을 위한 일본군 위안부 자료교육관' 건립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이 문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hysup@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0/01/17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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