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지 "2010년 국립발레단 도약의 해"
송고시간2010-01-13 15:21
최태지 "2010년 국립발레단 도약의 해"
풍성한 신작 공연, 볼쇼이 무대 진출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경제 위기, 신종플루로 공연계가 침체에 빠졌던 지난해 국립발레단은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드라마발레 '신데렐라', '차이코프스키', 창작발레 '왕자 호동'까지 발레단 역사상 최대인 세 편의 신작을 무대에 올렸고, 한 해 동안 총 79회의 공연을 펼쳐 83%에 달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관객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1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0년은 국립발레단이 법인화된 지 10년이 되는 해"라고 소개하며 "작년의 여세를 몰아 발레단이 한 차원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는 신작 발레를 3편이나 올리고, 12월에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고전 전막 발레 두 편을 잇따라 선보이는 등 작품 면에서 유난히 풍성했다"며 "좋은 무용수들을 대거 영입해 발레단이 보여줄 수 있는 스타가 많아진 것도 수확"이라고 2009년을 되돌아봤다.
"김지영이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 복귀했고, 해외 발레단에서 활약하던 박세은, 정영재 등을 특채로 뽑아서 단원 구성이 탄탄해졌어요. 이영철, 이동훈이 성장하고, 정영재가 새롭게 합류하며 장은규, 김현웅에게만 쏠렸던 남자무용수가 다변화된 것도 의미있는 일입니다."
1995~2001년 국립발레단 단장을 역임한 뒤 2008년 예술감독으로 임명돼 다시 국립발레단을 이끌고 있는 최 감독은 "올해는 특히 발레단의 성장에 중요한 시점"이라며 "어느 때보다 풍성한 작품으로 관객들과 가깝게 만나고,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거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신데렐라'(1월29-31일), '차이코프스키'(2월4-7일)를 비롯해 '코펠리아'(4월27-5월6일), '트리플빌'(7월15-18일), '레이몬다'(9월25-30일), 12월에 올리는 '백조의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모두 7편의 전막발레를 올릴 계획이다.
그동안 '해설이있는 발레'로 짤막하게 선보였던 '코펠리아'는 제임스 전의 안무로 전막 가족발레로 재탄생한다.
'트리플빌'은 유럽의 안무 거장 롤랑 프티의 '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의 죽음', '카르멘' 등 세 작품을 묶은 것이다.
최 감독은 "이 작품들에 대한 판권을 얻은 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밀라노 라스칼라 발레단, 중국 중앙발레단에 이어 국립발레단이 세계적으로 4번째"라며 "국립발레단에 스타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잘 준비돼 있는 게 세 작품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해설발레로 부분 부분 발췌해 보여줬던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레이몬다'도 첫 전막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국립발레단은 이 작품을 통해 '스파르타쿠스', '로미오와 줄리엣',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이 포함된 그리가로비치의 5대 전막 레퍼토리를 완성한다.
이밖에 현대무용 강화를 위해 현대무용가 차진엽을 상임안무가 겸 초청 트레이너로 영입할 예정이다.
올해는 국립발레단이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해로, 한국-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볼쇼이발레단과 주역 무용수들을 교류해 공연을 갖는다.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 10명이 10월 러시아로 파견돼 볼쇼이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주역으로 출연하고, 볼쇼이 측의 무용수는 서울에서 공연되는 '레이몬다'에 참여한다.
최 감독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이외의 유럽 공연도 추진 중"이라며 "그동안 중국, 폴란드 등지에서 공연해 높은 평가를 받은 적이 있지만, 올해는 발레의 본고장에서 승부하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발레단으로 첫 발을 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단원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계속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작품을 올리고, 관객에게 사랑받는 것은 단원들에게 달려있어요. 단원들이 걱정 없이 춤출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선배로서의 제 역할이기도 합니다."
최 감독은 2008년 회당 5만원에 불과했던 공연 수당을 대폭 늘려 단원들의 사기를 크게 높였다. 배역에 따라 수당에 차이를 두는 차등 수당제가 도입됨에 따라 단원들은 현재 회당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50만원의 수당을 받고 있다.
최 감독은 올해 토슈즈 예산 1억4천만원 가량을 확보한 것도 단원들의 처우 개선에 의미있는 변화라고 귀띔했다.
"그동안은 발레의 기본이 되는 토슈즈에 책정된 예산이 적어 단원들이 좋은 토슈즈를 사기 위해서는 사비를 들일 수 밖에 없었어요. 작은 부분이지만 토슈즈를 바꾸는 데에만 2년이 걸렸습니다."
"가만히만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완벽하지 않은 한국어로 여기 저기 쫓아다니며 (예산을 따내려)설득하는 건 후배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춤추고, 국민들에게 수준높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서에요."
그의 이런 열정 덕분에 2008년 25억원 가량에 머물던 국립발레단의 예산은 2010년에는 국가보조금 약 75억원을 합쳐 총 1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 감독은 "예산이 늘어난 만큼 일반 관객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국립단체에 걸맞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문화 취약 계층에 대한 공연을 늘릴 계획"이라며 "발레 대중화를 위해 5천원, 1만원 짜리 저렴한 티켓을 계속 팔되, 전체적으로 티켓가를 20% 인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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