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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혼란만 부른 고교선택제 원칙 변경

<연합시론> 혼란만 부른 고교선택제 원칙 변경

(서울=연합시론) 올해부터 서울에서 처음 도입되는 고교선택제가 교육현장에 큰 혼란을 낳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입학전형을 목전에 두고 그동안 다짐해온 원칙을 슬그머니 뒤집어 버렸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갑작스런 방침 변경에 분노한 일부 학부모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고교선택제는 출범도 하기 전에 만신창이가 될 것 같다.

문제의 시발은 서울시 교육청이 명문, 선호 학교가 몰려 있는 지역에서 당초 약속과는 달리 사실상 거주자 우선배정 방식을 도입키로 지난달 말 방침을 변경한 것이다. 학생, 학부모에게는 매우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러한 정책 변경이 제도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니 충격의 강도는 매우 컸다. 게다가 이런 변경 내용은 언론에 전혀 공표되지 않은채 가정통신문이라는 형태로 슬그머니 전달되는 바람에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4년동안 준비해 온 고교선택제의 취지는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의 학생들에게도 평판이 좋은 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주어 기회 불균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2차 모의배정을 해 본 결과 지원율이 높은 남자 고교의 경우는 2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가 하면 학생들이 기피하는 비선호학교의 경우는 정원의 50%를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기정사실화 됐다. 이 정도의 결과라면 학교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학력신장을 도모한다는 선택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게 교육청의 판단이었던 것 같다. 교육청 나름대로의 고민이 컸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정책을 변경하는 절차와 변경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명하지 못했고 비난을 자초한 측면이 많다.

서울시 교육감 권한대행인 김경회 부교육감은 고교선택제를 원안대로 시행할 경우 낙후지역의 우수학생들마저 선호학교로 이동해 학교간 성적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현상을 방치 할 수 없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그러고는 제도 시행 초기에 안정을 기하기 위해 보완할 수 밖에 없었다는 발언을 했다. 이런 태도는 교육청의 제도 변경이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사항이라고 보는 학생, 학부모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우리 교육현실에서 이와같은 미묘한 사안을 매우 안이하게 다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교육청이 가정통신문을 통해 전달한 제도 변경내용은 `(거주지 학군에서 이뤄지는) 2단계 배정은 교통편의 등을 감안해 배정한다'는 것 뿐이다. 시교육청은 교통편의만을 적용할지 아니면 경쟁률을 어느정도 감안할지, 다른 감안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부모, 위원 등이 참여하는 관련 위원회를 통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지난 10월 수능성적을 근거로 고교의 성적순위가 적나라하게 공개된 상황에서 이런 협의를 통해 반발을 누그러 뜨릴 방안이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제도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면서 각종 부작용을 줄일 방법을 원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9/12/13 16:4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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