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슬픔을 이해하고 애도하라
송고시간2009-11-09 17:39
소설가 김형경 심리에세이 '좋은 이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자기 마음에서 도망칠 곳은 없다. 상실의 현장으로부터, 박탈의 감정으로부터 아무리 멀리 떠나도 고통과 슬픔은 내면에 그대로 있다. 애도 기간에 떠나는 여행에서는 상실감과 고통에 사로잡혀 아름다운 풍경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다. …애도 작업을 회피하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더 이상 삶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이다."
소설가 김형경씨가 '사람 풍경'(2004), '천 개의 공감'(2006)에 이어 내놓은 세 번째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푸른숲 펴냄)에서 풀어낸 심리 치유법 가운데 하나다.
작가는 이번 책에서 상실과 애도를 주제로 삼았다. 인생에서 이별과 죽음, 상실은 늘 일어나지만, 사람들이 그때의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 즉 애도하는 법을 제대로 모른다는 시각에서다.
그는 개인 경험담도 털어놓는다. 심리적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내려 노력하던 때 아버지의 부음을 접했고, "충분히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전에 아버지가 먼저 나를 떠나버린 기분"과 "다시 한 번 홀로 남겨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장례식장에 갈 때까지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보기 어려워 담배나 독서, 자기 파괴적인 위험 행위까지 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이 '애도 반응', 즉 애도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말하는 애도 반응이란 단순히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행위가 아니라 이별 이후 슬픔과 상실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이해하고 표현해 떠나간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도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나'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작가는 제목을 '좋은 이별'로 정할 만큼 애도 작업은 '치유와 성장의 핵심'이라고 본다. 애도를 잘하면 주체적이고 자율적이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아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문학 작품 속 인물과 지인들의 사례를 들어 다양한 애도 반응을 소개하는 동시에 애도를 '잘' 하는 방법도 직접적으로 일러준다.
애도 일지 만들기나 자신이 깨지기 쉬운 '취급 주의' 상태임을 이해하기, 분노의 감정을 알아차리되 가족에게 쏟아붓지 않고 은유적 표현법 찾기, 이별이나 상실 앞에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묻지 않기 등이 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2001년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부터 2009년 '좋은 이별'까지 지난 몇 년간 쓴 작품들에는 정신분석과 심리학의 영향이 배어 있다"며 자신의 전작들을 하나씩 거론하고 "그 모든 것을 잘 떠나보내기 위한 호명 작업이다. 잘 가라, 지난 삶이여. 한때 축복이었던 모든 것들이여"라고 말했다.
264쪽. 1만2천원.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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