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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울퉁불퉁한 세계..지리 장벽 있다>

<여전히 울퉁불퉁한 세계..지리 장벽 있다>
하름 데 블레이 '공간의 힘'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여러 논쟁거리 가운데에서도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핵심 논점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세계화로 여러 지역이 갈수록 유기적ㆍ통합적이고 평등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지구가 평평(flat)해졌다"는 표현을 쓰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정말 지리적 환경에서 자유로운가?'라는 물음 앞에서 확고하게 긍정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세계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뉘며 국가도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어 있다. 사람들의 삶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자연적ㆍ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대규모 이주 인구가 분명히 있으나 여전히 70억 인구 가운데 68억 명은 평생 모국에서 살아간다.

'분노의 지리학'의 저자이며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인 하름 데 블레이는 신작 '공간의 힘'(천지인 펴냄)에서 이런 상황을 "세계는 문화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여전히 울퉁불퉁하다"라는 말로 요약한다.

그는 풍성한 자료와 날카로운 시각으로 설득력 있게 논리를 펴나간다. 그는 지리적 장벽을 지구상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가져다 놓는데, 그가 유려한 글솜씨로 펼쳐놓는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저자는 부유한 세계 중심부는 평평할지 모르나 가난한 주변국일수록 울퉁불퉁하다고 지적한다. 세계 인구의 15%가 사는 중심부가 세계 연간 소득의 75%나 차지하고 있다.

중심국가들은 문을 활짝 열어두는 듯이 말하지만, 자국의 특권과 삶의 방식을 보호하려 한다.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일으키는 이주민들을 기를 쓰고 막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지리적 경계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단연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다.

말라리아의 여러 종류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열대열 말라리아는 열대 아프리카에서 일어난다. 이 말라리아는 중남미나 아시아, 태평양 섬들에서의 말라리아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다.

게다가 말라리아 퇴치 전략은 빈국일수록 실행이 어렵다. 저자가 제시한 지도를 보면 1990년대 말 멕시코에서 말라리아 고위험 지역이 꽤 넓게 펼쳐진 것에 반해 미국 남부에서는 50년간 거의 발병하지 않았다.

세계 주변부 사람들은 여러 풍토병과 전염병이 겹치는 다중의 짐을 떠안고 있으며, 지역에서 수련 받은 의료진은 더 높은 임금을 주는 세계 중심부로 건너가고 있다.

또, 지역을 강력하게 지배하는 종교는 지역민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종교의 근본주의는 정치권력과 불화를 일으키는데, 근본주의가 세계 곳곳에서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지리적 이동이 잦아져 다른 종교인들이 만나기 쉬워진 것은 사실이나 만나봐야 충돌만 가속할 뿐이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이슬람교와 다른 신앙 간 충돌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도 기독교 근본주의가, 인도에서도 힌두교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배타적인 종교로 손꼽히는 유대교는 물론이고 평화롭다고 알려진 불교에서조차 정통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문화가 힘의 논리에 의해 작용한다는 점도 지리적 장벽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따뜻하고 습기 찬 저위도 지역에는 소집단별로 언어를 가지므로 언어의 종류가 많다. 뉴기니 섬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900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언어는 2천 개이다. 그에 반해, 고위도의 유럽 국가에서 쓰이는 언어는 200개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 2∼3가지가 우세하다.

근대화 과정에 겪은 물리적 제국주의와 함께 현대의 문화적 제국주의로 토착 언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 나라에서도 표준어 장려 정책으로 지방 사투리가 사라져 간다.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니 문화 다양성이 사라지는 증거다.

지리적 장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저자의 희망은 물론 장벽 낮추기다. 장벽을 낮추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안들이며, 저자의 바람은 효율적인 실천이다.

부국들이 빈국에 제공하는 원조는 그 실효성에 의한 의심을 사고 있음에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주변국 독재자들의 부정부패를 뒤로 돕는 행위는 당장 멈춰져야 한다.

빈국이 자력 소생할 기회를 걷어차지 않아야 하며, 주변국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 문제와 같은 현안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근하 옮김. 410쪽. 2만2천원.

<여전히 울퉁불퉁한 세계..지리 장벽 있다> - 2

cheror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9/11/05 11:2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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