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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잿더미 딛고 "김홍도 그림처럼"

송고시간2009-10-06 15:49

영상 기사 낙산사, 잿더미 딛고 "김홍도 그림처럼" - 1

12일 2차 불사 회향법회

(양양=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양양 낙산사가 잿더미 위에서 다시 일어섰다.

2005년 4월5일 동해안 산불이 번지면서 전소돼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낙산사는 4년 6개월간의 1,2차 복원 불사를 마치고 12일 오전 회향(마무리) 법회를 한다.

낙산사는 2007년 11월 관음보살을 모신 대표적인 법당인 원통보전(圓通寶殿)을 비롯해 홍련암(紅蓮庵), 범종각, 홍예문 등 12개 전각과 시설을 1차로 복구 완료했다.

낙산사 해수관음상
낙산사 해수관음상

(양양=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낙산사 해수관음상. 2009.10.6

<저작권자 ⓒ 2009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번에 2차 복구를 마무리한 전각은 빈일루(賓日樓), 응향각(凝香閣), 설선당(說禪堂) 등 전각을 비롯해 무산지역아동센터 등 12개 전각과 시설이다.

지금까지 낙산사 복원에 사용된 비용은 정부 지원금 88억원과 낙산사 자체 조달금 70여억원 등 약 160억원이다.

2차 불사를 완료하면서 옛 가람의 모습은 사실상 모두 복구한 낙산사는 앞으로 템플스테이 연수원과 지장전 등을 마련하는 3차 불사를 2012년까지 계속한다.

회향 법회를 앞두고 6일 찾은 낙산사는 국내 대표적인 관음도량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중생의 고통을 굽어 살피는 대자대비(大慈大悲)한 관음보살을 찾아 기도하는 관음신앙은 우리 불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앙이다.

부처님을 모시지 않아 대웅전이 없는 사찰인 낙산사는 장지로 만든 건칠관음보살을 모시고 있는 원통보전을 큰 법당으로 삼고 있다.

낙산사는 이번 불사에서 보물 제499호 칠층석탑을 앞에 둔 원통보전을 비롯해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대면했다고 해서 국내 3대 관음성지로 불리는 바닷가의 홍련암, 바다를 내려다보는 높이 16m 해수관음상으로 이어지는 길을 산뜻하게 새 단장했다. 또 해수관음상 주변으로는 108개의 화강암 장판석을 조성해 관음기도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낙산사 원통보전
낙산사 원통보전

(양양=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낙산사의 큰법당인 원통보전. 2009.10.6

<저작권자 ⓒ 2009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671년 의상 대사가 창건한 낙산사는 역사적으로 2005년 화재를 포함해 전소된 것만 8차례에 이른다. 낙산사 측이 이번 화재 복구를 위해 2년간 문화재 발굴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낙산사 지층에는 시대별 복구 흔적이 7층짜리 떡시루처럼 포개져 있었다.

낙산사 주지 정념 스님은 "역사적으로 볼 때 낙산사의 규모가 가장 컸던 때는 김홍도가 그린 낙산사도에 등장하는 17세기말-18세기 초 무렵이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 복구에서는 낙산사도의 가람배치를 똑같이 재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일주문을 지나면 2005년 화재에서 유일하게 타지 않고 살아남은 사천왕루를 만난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친필로 현판글씨를 쓴 빈일루(賓日樓. 해를 맞이하는 전각이라는 뜻)을 지나면 참선수행과 법문을 하는 설선당(說禪堂)과 응향각(凝香閣)이 새단장을 하고 섰다.

이 곳에는 1평짜리 공간의 방 3칸에 좌복(참선할 때 쓰는 방석) 몇 개만 놓여있고, 방 밖에는 '뜰 앞에 잣나무', '개는 불성이 없다', '차나 한 잔 마시게' 등 일반인도 들어봤음직한 선문답의 화두들이 문패처럼 걸려있다.

정념 스님은 "불교 신자 뿐만 아니라 이웃종교인이나 비 신자들도 누구든 들어와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낙산사는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화재예방시설을 마련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낙산사 원통보전 현판
낙산사 원통보전 현판

(양양=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낙산사의 큰법당인 원통보전 현판. 경봉 큰스님의 글씨다. 2009.10.6

<저작권자 ⓒ 2009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모든 전각들에 대해 각각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은 물론이고 원통보전 뒤편에는 수막시설을 설치했고, 사찰 곳곳에 방수총, 소화기, 방화수 등을 설치했다. 아울러 화재에 강한 나무들을 목조 전각 주변에 배치했다.

낙산사 주지 정념 스님은 "천년고찰 낙산사를 복원하는 데는 화재 소식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한푼두푼 시주금을 내준 불자들과 국민 여러분, 이웃 주민의 힘이 컸다"며 "이웃 종교에서도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성금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정념 스님은 "낙산사가 그동안 여러차례 화재를 겪은 것은 관음도량 본래 정신을 소홀히 한데서 온 것이 아닌가 한다"며 "사람과 자연, 사찰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했으며 특히 바람이 가는 길을 막지 않아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배치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주지로 임명받은 지 보름 만에 화재를 당했던 정념 스님은 화재 이후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의상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무료로 국수를 제공하고 있다. 정념스님은 "내가 주지로 있는 동안에는 관람료를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사진설명 = 낙산사 복구 전경, 김홍도의 '낙산사도', 낙산사 주지 정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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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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