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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은퇴> ① 그들은 누구인가

송고시간2009-09-27 08:01

사회 각계각층에 있는 58년 개띠생들이 '58년 개띠생들의 이야기'(화남) 출간을 기념해 한자리에 모였다.(자료사진)

사회 각계각층에 있는 58년 개띠생들이 '58년 개띠생들의 이야기'(화남) 출간을 기념해 한자리에 모였다.(자료사진)

산업화.민주화의 주역..부동산자산의 50% 보유
정체성 혼란..은퇴후 설계는 미흡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이른바 '58년 개띠'로 대변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내년이면 본격적인 은퇴(隱退)를 맞는다.

한국 전쟁 후 급격한 출산붐을 타고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 격변의 세월을 겪어 온 이들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우리 사회의 주역이다.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까지 9년에 걸쳐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대략 712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집단이다.

이들은 소비와 생산의 주도 세력이었고 부동산, 예금, 주식 등의 보유자산에서도 다른 세대를 압도하며 우리 사회를 이끌었다.

대기업의 평균 정년이 55세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부터 시작될 '베이비부머(Babyboomer)'의 은퇴 러시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우리사회 주역 '베이비부머'

경제적 고도성장과 민주화 등 사회의 세찬 변화를 주도하며 어느 세대보다 좌절과 풍요를 함께 맛 봤던 세대지만 경쟁과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뚜렷한 정체성을 찾지 못했던 세대가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이다.

그들은 큰 몸집 만큼이나 오랜 기간 한국 사회의 중심에 서 왔다.

27일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1955∼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2010년 추계로 모두 712만명으로 총인구의 14.6%에 달한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단카이(團塊)세대'보다도 30만명이나 많다.

이들의 보유자산이 우리나라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베이비부머는 전체 토지의 42%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건물 기준으로 전체 부동산의 절반이 넘는 58%를 갖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파워도 막강해 전체 20%의 주식이 이들의 손아귀에 있다.

한국 전쟁 이후 불붙기 시작한 교육열 덕분에 상당수가 대학 등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성장기 주역으로 참여하면서 이전 세대는 이루지 못한 고도성장을 달성하며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기를 거치며 민주화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지만 10년 뒤 외환위기를 맞아 경제적 난관과 마주하며 굴곡의 시간을 보낸 한국 사회의 명암이자 산증인이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은 "한국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 사회의 모든 변화를 겪었으면서도 정작 발언을 자제했던 이들로 '386' 세대와는 다르다"면서 "정체성도 과거 농업사회와 오늘의 도시문화가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뒤쳐진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고,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했지만 자신은 자식에게는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 이들은 직장에서도 선배에 치이다 이제는 후배에 밀려나야하는 세대교체의 압박을 받고 있다.

베이비부머로 현재 대기업 임원인 A씨는 "생존경쟁이 치열했고 애환이 많은 세대"라고 자신을 규정하며 "우리 세대가 사회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데 이젠 후배들에 밀려 고난의 세월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 깊어가는 주름살

베이비부머 712만명 중 실질적으로 2010년부터 '은퇴 열차'에 탑승하게 될 이들은 311만명 정도다. 퇴직과 해고 등으로 경제활동을 중단하게 될 임금노동자들로 매년 30만-40만명이 은퇴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이들의 은퇴는 규모도 규모거니와 노하우를 가진 인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탓에 경제에 목숨을 건 정부에는 적지 않은 고민거리다.

세금을 낼 사람은 줄고 사회보장비용은 늘어 재정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고 제조업 분야에서 숙련된 노동력의 이탈은 노동생산성과 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대부분이 직장과 가족 등 현실에만 매달리며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에 정부가 이들을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빈곤층이나 다름없는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뒤 수요가 급격히 줄어 부동산 가격 붕괴를 경험했던 일본의 전례는 대부분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베이비부머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금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정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노하우를 가진 인력이 빠져나가면 국가와 기업생산성, 나아가 잠재적 경제성장률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취업할 일자리가 마련되지 않고 연금 등 사회안전망마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사회 전반을 위협하는 악재가 될 공산도 적지 않다.

정년연장 의무화, 재취업 활성화 등 베이비부머들의 경제 여건을 뒷받침할 만한 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면 밑 논의에 불과한 까닭에 은퇴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이들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철선 박사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위험하다는 이유는 55세이상 중고령자인데 반해 임금소득이 없게 되는 상황 때문"이라며 "청년실업은 혼자지만, 부양가족이 있는 이들에게 은퇴는 깊은 고민거리다"라고 말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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