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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영웅 조오련씨가 남긴 말들

송고시간2009-08-05 11:38

영정 속 수영영웅
영정 속 수영영웅

(해남=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4일 `아시아의 물개' 故 조오련 선수의 빈소가 마련된 전남 해남군 국제장례식장에 조오련의 생전 사진이 밝게 빛나고 있다. <<관련기사 참조>> 2009.8.4
minu21@yna.co.kr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4일 고향땅 해남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한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57)씨는 아시안게임 2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한 한국 수영의 영웅이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친구'에서 나온 대사 "조오련이하고 바다거북하고 시합하면 누가 이길까?"는 고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조오련씨는 수영 실력 외에 재치있는 말솜씨로도 늘 화제가 됐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았고, 때로는 따뜻한 한마디 말로 지친 서민들에게 위로를 줬다.

"물은 힘으로 이기려고 하면 절대로 친구로 받아주지 않는다", "50년을 헤엄쳐 보니 수영이란 힘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힘을 빼는 것이더라" 등의 금쪽같은 말들은 굳이 수영인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조오련씨는 쉰 살을 넘긴 2003년 8월15일 한강 700리를 수영으로 종주하고 가진 인터뷰에서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습니다"라고 말해 자신의 도전을 지켜본 국민에게 용기와 자극을 줬다.

2005년 8월에는 두 아들 성웅·성모씨와 함께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바닷길을 18시간 동안 헤쳐나가고 나서 "우리 삼부자가 국민에게 한여름 밤의 청량제를 준 것 같아 가문의 영광"이라며 환한 웃음을 짓고는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연은 이를 받아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당시 "북한에서 대동강 종단을 허용해준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오련씨의 둘째 아들 성모(24)는 대(代)를 이어 수영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은메달을 따고 2004 아테네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조오련 씨는 성모가 수영 입문 1년 만인 1998년 동아수영대회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우승하자 "신문에 '조오련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기사가 나서 집안 망신을 당할까 봐 수영을 시켰는데 우승까지 해 대견하다"고 말해 웃음꽃이 피게 했다.

고인은 또 "성모가 `아시아의 물개'를 넘어 `세계의 물개'가 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해 왔다.

조오련 씨는 당대 최고의 수영 스타임에도 수영계 파벌싸움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국가대표 감독을 한 번도 못해봤다. 그래서 고인은 "그릇된 수영계 풍토 때문에 이렇다 할 후배 하나 못 키워낸 게 한이 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인은 2007년 체육회 지원금 횡령 등의 혐의로 대한수영연맹이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수영계 비리가 드러나자 "수영계에 썩 향기롭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고인은 까마득한 후배 박태환(단국대)에게는 항상 애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특히 박태환이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해 한국 수영 선수로는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자 "'나는 왜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질투심도 느꼈다"고 웃으면서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전하는 등 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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