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서는 일한 만큼 돈을 주잖아요"(종합)
송고시간2009-07-16 20:08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16일 서울 양천구청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을위한 서울남부지역 구인.구직 만남의날에서 탈북자들이 채용게시대 앞에서 구인광고를 살펴보고 있다. 2009.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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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구인.구직 행사..100여명 몰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갓난아이를 안은 채 채용게시판을 바라보던 한 탈북여성은 '행사가 곧 시작되니 자리에 앉아달라'는 안내방송에 마지못해 몸을 돌리면서도 게시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16일 오후 '북한이탈주민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가 열린 서울 양천구청.
일자리를 얻고자 이곳을 찾은 100여명의 북한이탈주민은 24개 업체의 구인정보가 적힌 게시판으로 하나둘 몰려들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게시판을 한참 들여다보던 한 여성이 "(연령제한이) 30세 이하네..?"라고 중얼거리자 옆의 친구는 고개를 돌리며 "너 올해 삼십이잖아?"라고 되물었다.
구직에 대한 기대가 묻어나는 이런 모습은 이날 행사장 곳곳에서 목격됐다.
참석자들은 잠시 얘기를 나누더니 곧이어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해당 업체의 부스를 찾아가 취업 상담과 면접에 나섰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북한이탈주민은 대부분 여성으로,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살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거쳐 남한까지 온지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과 열망은 남달라 보였다.
2002년 한국에 들어와 그동안 택시.트럭.관광버스 등의 운전기사를 했다는 김남일(50)씨는 이날 ㈜예성엔지니어링에 면접을 봤다.
면접관은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물었고 김씨는 "처음에 적응 안 돼서 참 힘들었다"며 "대부분 동정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해주는데 한두 명이 심기를 자극하는 말을 하니까.."라며 비애감을 드러냈다.
면접을 마친 김씨는 '어느 업체에 취업하고 싶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뭐, 집사람이랑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어디든.."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입국한 이후 휴대전화 공장에서 2개월 근무하다 경기 악화로 일자리를 잃었던 한은실(40.여)씨는 이날 과자류 포장업체 ㈜영산글로벌에 취직했다.
한씨는 연합뉴스와 만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얻어 기쁘다"면서 "적응하는 데 별로 힘들 것 같지는 않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얼굴이 상기된 그는 "북한에서 15년간 화장품 공장에서 일했는데 나온 게 없었다"면서 "여기(남한)는 일한 만큼 돈을 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씨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던 ㈜영산글로벌 심인섭 대표는 "이미 북한이탈주민 6명을 고용해 일을 시켜봤다"며 "한국 사람들은 자꾸 요령을 피우는데 이들(북한이탈주민)은 성실하고 착하다"며 웃었다.
이날 하루 취업에 성공한 북한이탈주민은 8명이며 추가로 20명이 2차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들뿐만 아니라 오늘 행사에 참석한 더 많은 북한이탈주민이 앞으로 일자리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행사를 마련한 통일부와 북한이탈주민후원회는 이날 행사에 이어 올해 경인, 서울 북부,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에서 추가로 '구직.구인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는 이들의 취업 후 3개월간 업체를 방문해 북한이탈주민을 관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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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9/07/16 20: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