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조각에서 양감이 사라진다면

송고시간2009-07-10 07:20

<조각에서 양감이 사라진다면>
소마미술관 '드로잉조각'展 등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양감은 조각에 있어 핵심 요소다. 재료가 무엇이던 간에 조각에서 느껴지는 실체감과 물질감은 조각을 회화와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하지만 조각에서 양감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알고 있던 조각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전시가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드로잉조각:공중누각'전은 전통적인 조각에서 중요시하는 양감을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비중을 줄여 조각을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들로 꾸며졌다.

대부분 작품들은 바닥에 놓여 있기 보다는 공중에 떠 있다. 그저 공간에 설치되는 조각들이 아니라 공간을 작품의 일부로 이용한다.

조각은 받침대를 통해서나 또는 직접 바닥에 놓이거나 지탱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조각의 본질을 중력으로 보는 전강옥은 가느다란 낚싯줄 위에 석고파편들을 '얹어' 중력에 도전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조각이면서 동시에 회화적 성격을 지니는 박선기의 작품은 '드로잉조각'이라는 전시의 제목에 가장 들어맞는 듯 보인다. 낚싯줄에 층을 지어 매달린 숯 조각들은 가까이서 보면 그저 숯 조각들의 집합일 뿐이지만 멀리서 보면 바늘에 꿴 실이 단추 구멍을 통과하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조각에서 양감이 사라진다면> - 2

김세일의 작품도 비슷하다. 멀리서 보면 비누거품 같은 느낌이 들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저 얼기설기 얽어놓은 철사일 뿐이다.

전시장의 조명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전시의 한 요소다. 조명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양감이 사라진 조각들이 원래 어떤 양감을 지니고 있었을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한편 소마미술관에서는 나무와 종이가 만나 어떻게 공간을 '드로잉'하는지를 보여주는 '나무가 종이를 만나다' 전도 함께 열리고 있다.

나무로 조형작업을 하는 스페인 작가 보리스 쿠라톨로는 휘어짐이 좋은 포플러나무 합판으로 리듬감 있는 조형물을 만들었고 종이작업을 하는 매리 설리번은 쿠라톨로의 작품에 마(麻)의 일종인 아바카로 만든 종이를 솜씨 있게 발라붙였다.

2006년 미국 브루클린과 2008년 스페인 마드리드에 전시됐던 것으로 설치되는 공간의 특성에 맞게 그때그때 자유롭게 설치되는 장소 특정적인(site-specific) 작품이다.

매끈하게 휘어진 나무의 곡선은 음악적이다. 쿠라톨로는 "실제로 브루클린 전시 때는 춤을 추는 관람객도 있었다"면서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 우리 작업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각에서 양감이 사라진다면> - 3

이밖에 가로 30cm, 세로 20cm 정도의 신발상자 정도로 크기를 제한한 작은 조각 81점을 모아놓은 '슈박스'(Shoebox)전도 옆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모두 8월30일까지 계속되며 입장료 3천원으로 세 개의 전시를 모두 볼 수 있다.

(사진설명: 박선기의 작품(위)과 '나무가 종이를 만나다' 작품)

zitron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