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씨랜드참사 10년> ② 불안한 수련시설

송고시간2009-06-25 07:01

성인기준 건축..안전미비 처벌규정도 없어
숙박업으로 분류..정부 관리ㆍ지원 부족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1. 작년 9월 강원도의 P 국립수련원. 중학교 1학년 김모 군은 배수로에 발이 빠지면서 넘어져 이 3개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배수로에는 철제 덮개가 덮여있었지만 덮개 틈으로 김 군의 발이 빠졌다.

#2. 작년 11월 인천의 H 청소년 문화의집. 노후화된 컴퓨터에서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 인터넷룸이 전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학생들이 머물지 않은 시간에 화재가 일어나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어서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1999년 어린이 19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이후 청소년 수련시설의 안전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아동복지법과 청소년활동진흥법, 건축법, 소방법 등이 정비되면서 숙소에 대형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할 수 없고 소방도로 진입로가 확보되는 등 기본적인 안전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련시설에서는 여전히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노후화된 시설들이 많은 탓도 있지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계속되는 안전사고..걸려도 처벌못해 = 안전점검이 주기적으로 이뤄지고는 있지만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이 우선 문제다.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은 3단계로 이뤄져 있다.

법(청소년활동진흥법)에는 청소년 수련시설 운영자가 매달 1회 이상 자체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이를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자체점검에서 거의 파악되지 않던 미비점들이 지자체의 안전점검에서는 적잖게 지적되는 것으로 봐서 자체점검이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해빙기와 장마철 등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를 택해 유관기관 합동 점검에 나선다. 또 보건복지가족부에서도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를 통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점검 결과 문제점이 드러났다 해도 법에 처벌규정이 없어 구두경고에 그치고 있다. 수련시설들이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시설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원인이며 안전점검에서 지적사항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경기도가 4월23일∼5월12일에 걸쳐 경기 남부 101개 수련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전점검에서도 총 10개 시설이 12개 항목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지은지 20년이 넘은 양평의 Y수련원은 건축물에 외부균열이 생기고 천장에 누수가 있었으며 부천의 S문화의집은 계단의 난간 폭이 넓었지만 추락방지용 그물망을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안전조치 미비가 법을 어긴 것은 아니어서 강제할 마땅한 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벌금 등 다른 제재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점검에서 지적사항이 나오면 시정명령을 내려 개선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수련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교육도 아쉬운 부분이다.

운영자가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비용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운영자들의 안전의식"이라며 "지속적인 안전교육과 점검을 통해 수련시설 안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청소년용을 성인기준으로 건축 = 보다 근본적으로 수련시설 자체가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적합하도록 지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부분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시설이지만 건축기준은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다. 수련시설을 위한 별도의 건축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신지현 한국어린이안전재단 교육본부장은 "청소년기본법에 청소년은 9∼23세로 규정돼 있다"면서 "수련시설들이 9세에 맞춰 지어지는게 아니라 성인이나 다름없는 23세용으로 지어지는게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예로 든 강원도의 P 국립수련원에서 발생한 사고도 운영자가 어린이의 발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촘촘한 배수로 덮개를 사용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유진이 청소년시설환경학회 회장(평택대 교수)도 "청소년시설임에도 지을 때 청소년의 특수성이 반영된 안전계획이 전혀 없다"면서 "완공 뒤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시각은 이를 산업분류상 호텔이나 여관과 같이 `숙박 및 음식점업'으로 분류해 놓은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학교는 물론 어린이집.유치원 등에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돼 있는 소방교육 훈련 대상에서도 수련시설은 제외돼 있다.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 관계자는 "숙박업으로 분류해 놓았으니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있겠느냐"면서 "많은 청소년이 교육 목적으로 이용하는 시설인만큼 교육업으로 분류해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transil@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