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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前대통령 서거 한달…우리 사회는>

분향시민 줄 잇는 대한문 분향소
분향시민 줄 잇는 대한문 분향소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서울 덕수궁 앞에 차려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21일 오후 한 어린이가 분향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09.6.21
toadboy@yna.co.kr


시민들은 차분…이념대립 구도는 심화
전문가들 "소통으로 사회통합 이뤄야"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직후 큰 충격에 빠졌던 시민사회가 당초 우려와 달리 빨리 안정을 되찾으면서 서거 한 달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립구도가 심화된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숙제로 떠올랐다.

고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도덕성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런 검찰 책임론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말까지 낳기도 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여기가 어디라고...(서울=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지난 15일 오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에 들어온 보수단체 회원들을 분향소를 지키던 시민들이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2009.6.15
youngs@yna.co.kr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여당 정치인이 문전박대를 당했고. 시민들은 정부 공식 분향소보다는 대한문 시민분향소에 몰렸으며, 고인의 영결식 때에는 반정부 구호가 난무하는 등 우리 사회가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충격이 완화되면서 사회가 빨리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작년 `촛불집회'를 떠올리며 도심에서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예상했지만 대규모 집회는 6.10 범국민대회 이후 일어나지 않고 있다.

6.10 대회 때도 경찰 추산 2만2천명, 주최측 추산 15만명이 모였는데, 이는 작년 서울에서 열린 `6.10 백만인 촛불대행진'(경찰 추산 8만여명, 주최측 추산 70만명)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도 대학가와 종교계 등을 중심으로 추모행사가 열리는 등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차분모드는 내달 10일 고인의 49재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의 진단은 제각각 다르지만 작년과 올해 이슈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견해가 일치한다.

작년 촛불정국 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라는 생활 밀착형 이슈가 있었지만 올해는 노 전 대통령 추모와 진보진영에서 제기하는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다소 추상적인 이슈라는 점에서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어 내기에는 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해 집회를 열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고, 그동안 경찰이 강제해산 과정에서 보여준 무리한 진압이나 집회 금지 통보 등에 시민들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진걸 민생민주국민회의 정책팀장은 "작년 촛불집회 때는 시민들이 축제하듯 신명나게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면 올해는 조문을 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며, 최근 들어 공안 탄압이 심해져 활동이 위축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진보.보수 한 자리에서 시국선언
진보.보수 한 자리에서 시국선언(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18일 서울 경운궁 대한문 앞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전교조 교사들이 "6월 민주항쟁의 소중한 가치가 더는 짓밟혀서는 안 됩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왼쪽)반국가교육척결 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바로 옆에서 전교조의 시국선언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09.6.18
srbaek@yna.co.kr

물리적인 충돌 양상은 크지 않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진보와 보수 진영의 이념적 대립구도는 더 첨예해진 양상을 보였다.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는 대학교수들의 시국 선언이 잇따랐고, 이에 맞서는 보수 진영 학계, 시민단체들의 시국선언과 집회들이 이어졌다.

급기야 강원 원주시의 시정홍보지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이 섞인 만평이 게재됐는가 하면 덕수궁 담에 이 대통령을 욕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강제 철거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분열의 간극을 좁히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21일 "우리 사회는 소통 부재라는 근본적인 홍역을 앓고 있다"고 진단하고 "정권이 권위주의적인 방식을 버리고 국민들과 진정으로 대화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독선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하는 진보진영이 서거 정국을 계기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켜 좌우대립 양상이 극심해진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미디어법 개정 등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은 민의를 존중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에 진보, 보수는 구분이 쉽지 않고 최근 상황을 이념대립으로 보지도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는 것은 사실인 만큼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기본으로 돌아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공존'이라는 원칙 아래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bana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9/06/21 15: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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