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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로 번진 황석영 '변절' 논란>

<학계로 번진 황석영 '변절' 논란>
'훼절' 비난에서 '소신표명' 옹호까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인 황석영 씨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하면서 MB정부를 '중도실용 정부'로 평가하면서다.

더구나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폄하한 발언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일로다. 그의 이러한 입장변화를 놓고 학계도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진보 측 인사들은 황석영 씨의 행동을 '코미디' 혹은 '자기망각'이라는 말을 곁들이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고, 보수 측은 '소신의 표명'부터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까지 정리되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보학계, "황씨의 행동은 코미디"

진보학계의 대표적인 지식인인 손호철 서강대(정외) 교수는 15일 "이명박 대통령을 따라가고, 지지하는 건 개인적인 선택이고 자유일 수 있지만,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MB 정부를 중도라고 규정하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아무리 행동이 자유로운 소설가라 해도 지난 대선 때 MB를 비난하다가 갑자기 '중도실용'이라고 말하는 건 일종의 코미디가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김상봉 전남대(철학)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른 사람도 아닌 황석영 씨가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는 명예롭지 못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며, 그러한 운동이 "다른 나라에서도 있더라는 식의 얘기는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흔히 보아왔던 일종의 자기망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진중권 중앙대(독문) 겸임교수도 진보신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기억력이 2초라는 금붕어도 아니고 호모 사피엔스가 얼마 전 자신이 했던 언행을 어떻게 까맣게 잊을 수 있느냐"며 "이 정도의 극적 변신이라면 욕할 가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창비 편집주간인 백영서 연세대(사학) 교수는 "언론을 통해서만 들었을 뿐 정확한 발언 취지를 모르겠다. 선배를 만나서 진위를 파악하고 난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당황해했다.

◇보수학계, '소신표명' 혹은 '우리도 황당하다'

황씨의 행동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 진보 진영과는 달리 보수 학계는 아직 명확한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파 논객인 박효종 서울대(국민윤리) 교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념이나 가치관의 변화를 겪을 수 있다. 황석영 씨의 발언을 놓고 변절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황씨를 두둔했다.

그는 "경륜과 무게를 지닌 분이 가볍게 이야기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더구나 소신이나 진정성이 없이는 그러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의 발언은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 자기 나름의 고민을 토로하는 과정의 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일영 성균관대(정외) 교수는 "북한까지 다녀온 황석영 씨가 자신을 중도라고 생각한다는 게 황당하다. 그의 태도변화를 일종의 훼절이라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황씨의 말처럼 촛불시위 이후 보수화 경향을 걷는 MB정부를 '중도실용'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파 정권이 생겨난 후 우파 지식인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은 이문열 씨가 현 정권을 그렇게 묘사한다면 수긍하겠지만 지난 정권의 수혜를 입은 황석영 씨가 현 정권을 놓고 '중도실용'을 말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소설가 복거일 씨도 이날 PBC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좌파 정권 하에서 황석영씨는 대우를 받은 사람이다. 그 좌파 정권 하에서 핍박을 받은 우익의 문인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이문열씨 같은 경우"라며 "이문열씨같이 핍박 받은 문인을 제쳐놓고, 갑자기 개인 친분을 내세워 황씨를 (중앙아시아 순방에) 데리고 가면 우파에 속한 시민은 어떻게 보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중도적 성향의 임지현 한양대(사학) 교수는 황씨의 발언은 노벨상을 노린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오르한 파묵이나 오에 겐자부로 등의 발언에 비춰 한국 작가 중에는 황석영 씨가 가장 노벨상에 접근한 것 같다"며 "노벨상을 받으려면 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황씨의 행동은 노벨상을 노린 하나의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최근 그의 행동을 보면 컨텍스트(문맥)에 따라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uff2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9/05/15 14:4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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