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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까지 추락 일일연속극 '변해야 산다'

송고시간2008-12-25 07:30

<밑바닥까지 추락 일일연속극 '변해야 산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추위와 경기불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얼어붙은 요즘, 꽁꽁 언 손발과 마음을 녹여줄 따뜻한 드라마 한 편이 절실하다.

그러나 요즘 드라마는 배신과 복수가 난무하고 각종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위로는커녕 시청자를 더 심란하게 만들 뿐이다. 특히 그동안 서민들의 동반자가 돼온 일일연속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훈훈한 가족극 사라진 안방극장

시청률을 의식해 드라마에 불륜과 복수 등 독한 소재가 쓰인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공해 드라마'를 자부하며 청정 지대 역할을 하는 가족극으로 사랑받던 일일연속극마저 그 흐름에 쏠리는 현상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가족드라마'는 단연 KBS 1TV '너는 내 운명'(극본 문은아, 연출 김명욱)이다. 4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로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종영을 앞두고 네티즌의 몰매를 맞고 있다.

이 드라마는 최근 며느리 새벽(윤아)을 못마땅해하던 시어머니가 갑자기 백혈병에 걸리고, 병에 걸린 엄마의 말에 남편 호세(박재정)가 아내 새벽에게 헤어지자고 하는 등 억지스러운 전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이처럼 어이없는 설정에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남자 주인공 호세 역의 박재정에게 불똥이 튀면서 종영을 앞두고 때아닌 연기력 논란도 나오고 있다.

시청자들은 "저녁식사 후 가족들이 보는 홈 드라마치고 너무 엽기적이다. 내가 본 드라마 중 최악의 엽기드라마", "연기자의 문제가 아니라 드라마 한 편에서 볼까 말까 한 자극적인 소재들이 우르르 몰려 있으니 한숨이 나온다"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변화 요구 직면한 일일연속극

'너는 내 운명'뿐만이 아니다. 안방극장에 온 가족이 모여 정답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사라지고 있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역시 불륜과 복수를 전면에 드러낸 드라마다.

일일연속극은 그동안 따뜻한 가족애와 휴머니즘을 내세우며 전 연령대가 볼만한 '홈 드라마'의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김영찬 한국외대 언론정부학부 교수는 "요즘 정치만 시대착오적인 게 아니라 드라마도 시대착오적인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미드' 등 질 좋은 드라마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일관성 없는 서사로 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방송사들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드라마를 줄이고 있는데 이런 드라마들이 폐지 1순위가 돼야 한다"며 "가족드라마의 위기를 넘어서 공영방송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징표이며 경영진과 제작진의 각성이 필요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너는 내 운명'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은 단지 이 작품만을 향한 것이 아니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던 일일연속극이 변화할 때가 됐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한 연속극이 6-8개월 이상 방송되면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제작비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연속극의 길이를 1년에 세 편 정도로 줄여 4-5개월 짜리로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응진 KBS 드라마기획팀장은 "지적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제작비상 어려움이 있지만 지나친 연속극 위주의 드라마 운용은 언젠가는 극복해야 한다"며 "연속극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드라마 환경이 한류를 일으킨 저력이 됐지만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면 짚고 가야 할 드라마 문화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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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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