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신승훈표 발라드' 잠시 벗어나 변신했어요"
송고시간2008-10-06 17:02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가수 신승훈이 6일 강남 한 재즈바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인사를 하고 있다. 신승훈은 11집 음악의 맛보기로 세장의 미니음반을 잇따라 발표하는 프로젝트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Unexpected Twist)'의 첫번째 미니음반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를 7일 발표한다.
seephoto@yna.co.kr
모던 록, 브리티시 록 담은 첫 미니음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유재하의 1집에 반해 작곡을 시작했고 그의 기일인 1990년 11월1일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은 18년간 가요계에서 '기록의 사나이'로 불렸다.
음반 7장 연속 밀리언셀러, 10집까지 총 판매량 1천500만장, 수상 트로피 700여개, 공연 횟수 700여 회, 10년간 1위를 가장 많이 한 가수ㆍ작곡자, 숱한 제의에도 CF 출연 0번.
데뷔 전 대전 은행동 카페 골목 통기타 가수였던 그는 '발라드의 황제'라는 닉네임을 얻었고, 조성모, 성시경이 '신승훈 표 발라드'의 뒤를 이었다.
그의 장수비결은 애틋하고 애절한 멜로디에 김소월의 정서인 '애이불비(哀而不悲)'를 바탕으로 사랑ㆍ이별ㆍ슬픔을 노랫말에 담았고, 비음이 섞인 미성을 가미해 팬들의 공감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10집을 내면서 그는 "내 목소리가 최대의 적"이라는 발언과 함께 11집부터 음악적인 변화를 줄 것을 예고했다.
그가 11집 음악의 맛보기로 세장의 미니음반을 잇따라 발표하는 프로젝트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Unexpected Twist)'의 첫번째 미니음반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를 7일 발표한다.
6일 강남의 재즈바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만난 그는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가수가 되고 싶었다"며 "'가장 애절한 발라드를 부른 가수?'라는 주관식 질문에 신승훈이라는 답이 나오도록 18년간 발라드만 노래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래 전부터 어느 시점에 음악적인 변화를 주려 준비했다"며 "굵직한 터닝 포인트가 결혼이 아닌, 10집이라고 생각했다. 발전을 위해서는 자기 파괴, 일탈이 필요했고 혼자 실험하기보다는 대중에게 평가받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승훈 표 발라드에 대중이 싫증을 느낄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냐"고 덧붙여 묻자 "버텨온 것도 대단하지만 당연하죠, 18년됐는데…"라며 웃는다.
"1980년대 발라드는 주님과 하늘을 빗대어 '그'라고 표현하는 것이 주요 테마였어요. 1990년대는 첫 사랑의 헤어짐을 오래 간직하는 순애보적인 감성이었죠. 2000년대는 남녀의 200일 만남도 오래됐다고 느끼는 스피디한 환경이어서 노래도 인스턴트 같아요. '애이불비'는 지금 시대와는 안 맞죠."
자작곡 6곡이 수록된 첫 미니음반은 신승훈의 주종목과 장점을 배제하고 만들어 확실히 변화가 감지된다. '신승훈스럽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수없이 건반을 두드리고 기타 줄을 튕겼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가수 신승훈이 6일 오후 강남 한 재즈바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새노래를 부르고 있다. 신승훈은 11집 음악의 맛보기로 세장의 미니음반을 잇따라 발표하는 프로젝트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Unexpected Twist)'의 첫번째 미니음반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를 7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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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김의 '초우' 같은 한국적인 멜로디 코드는 쓰지 않았다. 펑키한 모던 록, 아일랜드 풍의 팝, 경쾌한 브리티시 록 등 영어 가사가 훨씬 잘 어울리는 팝 스타일을 추구했다. 주위에서는 "한국 가사가 묻으면 느낌이 반감되니 해외에 곡을 팔자"는 조언까지 했을 정도. 노랫말도 한곡을 제외하고 손수 쓰지 않았으며 음색도 애절한 울림을 빼고 담백한 독백으로 소화했다.
타이틀곡 '라디오를 켜봐요'는 도입부의 발라드적인 멜로디에서 후렴구 록적인 사운드가 어우러져 음악적인 반전을 강하게 표현했다.
시인 원태연이 작사한 더블 타이틀곡 '나비효과'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조화, 후렴구 오보에 선율이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을 일으킨다.
이밖에도 펑키한 모던 록인 '헤이(Hey)'는 신승훈의 록 창법과 기타 사운드가 깔끔하고, 신승훈이 유일하게 작사한 '아이 두(I Do)'는 4개 코드가 반복되는 진행으로 전체가 어우러졌다. 뉴에이지 록 장르의 퓨전 음악인 '너를 안는다'는 브리티시 록에 어쿠스틱 피아노를 접목시켰다.
그렇다면 '신승훈 표 발라드'는 완전히 버린 것일까.
"어차피 저를 있게 해준 음악세계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처절한 것이 아니라 또다른 스타일의 발라드로 돌아가야죠. 지금은 기존 음악 장르의 파괴가 아니라 제 안의 음악적인 틀, 사고를 깨는 과정일 뿐입니다."
18년간 정규 음반만 고집했던만큼 시리즈로 미니음반을 내는 것도 그로서는 모험이다.
"정규 음반이 나사 100개를 꽉 조인 음반이라면 이번에는 나사를 약간 풀었죠. 나사를 완벽하게 조이면 충격에 무너질 수 있지만 나사를 느슨하게 감으면 융통성이 있잖아요. 이번 음반은 만족감으로 따지면 평소의 70%도 안되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네요."
9집 이후 가사를 직접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에 대해서는 "사랑을 한 지 너무 오래되서 무뎌진 건 사실"이라며 말 꼬리를 흐린다.
"제가 다시 가사를 쓸 시기를 찾고 있어요. 아마 차례로 나올 미니음반에는 제 생각이 많이 들어가겠죠. 세상 사람들의 '플라토닉 러브'를 담고 싶어요."
mimi@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8/10/06 17: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