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마위에 오른 증권가 `찌라시'
송고시간2008-10-03 15:02
<다시 도마위에 오른 증권가 `찌라시'>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 탤런트 최진실씨를 자살에 이르게 한 `사채업 괴담'의 진원지는 여의도 증권가였다.
최씨가 숨진 안재환씨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준 뒤 이를 받지 못하자 `죽이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가해 결국 안씨를 자살로 내몰았다는 내용의 악성 루머는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를 통해 유포됐으며, 이 루머를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증권사 여직원 A씨가 입건됐다.
이와 관련,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를 조사한 결과, 사채업 괴담의 출처가 증권사 정보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3일 밝혔다.
2005년 `연예인 X파일' 사건을 계기로 당국의 집중단속을 받았던 증권가 정보지가 여전히 악성 루머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증권가에 심심치 않게 돌고 있는 정보지는 `○○증권 모 대기업 인수' `○○회사 획기적 개술 개발' 등 주가 띄우기용 루머부터 청와대 인사 뒷배경, 재벌 총수 기업 승계, 연예인 스캔들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있으며, 때때로 루머에 연루된 기업이나 인사들을 곤욕스럽게 해왔다.
이처럼 세간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 증권가 정보지에서 루머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확산되는 것은 무엇보다 투자를 위해 빠른 정보를 원하는 증권가의 특성과 맞물려 있다.
과거 정보지는 증권사 직원들이 모처에서 만나 이른바 `정보회의'를 통해 주식 관련 고급정보를 나눠 A4 용지 한두 장에 정리한 것으로 주로 증권업계 내부인 등 한정된 관계자 정도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파급력도 폭발적으로 커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번에 다수의 사람들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진 `증권가 메신저'를 중심으로 인터넷 주식정보사이트, 투자 카페, 포털사이트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등 위력이 갈수록 배가되고 있다.
이번에도 경찰에 입건된 A씨가 증권사 정보지에 나와 있던 최씨의 루머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펴져 나갔다.
과거와 달리 누구나 그럴듯하게 정보지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게 됐으며 그에 따라 폐해는 더욱 커지게 된 것.
자살에 이른 최진실씨 외에도 금호, 두산그룹 등은 유동성 위기의 기업으로 지목돼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고통을 겪었고, 가수 나훈아씨는 괴소문에 휩싸여 기자회견을 자청해야 했으며 모 유명인사는 강한 부인에도 지속적으로 이혼설에 시달렸다.
최진실씨 자살사건으로 진실을 확인할 방도도 없는데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증권가 정보지가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지만 현실적으로 수요가 존재하는데다 출처를 파악하기도, 유포를 막기도 쉽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수차례에 걸친 강력한 단속에도 증권가 정보지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전달한 것뿐'이라고 주장하면 처벌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증권사 정보지 근절 방침에 따라 2005년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졌고, 작년 4월에도 경찰청이 사설 정보지 등 `4대 폭력'에 대한 단속에 나서기로 했지만 정보지 발행업체가 몇 군데 적발됐을 뿐이다.
올해도 `9월 위기설'과 함께 악성 루머에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개인의 메신저까지 모두 검사하겠다고 했지만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sye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8/10/03 15: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