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천연가스 도입..120조원 초대형 경협
송고시간2008-09-29 19:31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우리나라와 러시아가 29일 합의한 가스분야 협력사업은 120조 원 이상의 초대형 경제협력 프로젝트로 이명박 정부의 최대 자원외교로 평가된다.
러시아 천연가스(PNG) 도입은 북한을 거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면서 배관설치에 한국과 북한, 러시아 3국의 자재와 기술, 인력, 자본을 이용할 계획으로 3각 경제협력을 갖췄다는 의미도 있다.
한러 정상회담 기간에 양국은 북한을 지나는 가스배관을 통한 PNG 도입 외에 우라늄과 석유개발사업에도 협력하기로 합의하는 등 에너지분야의 협력에 큰 진전을 이뤘다.
◇ 2015년 이후 국내사용량 20% 확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부터 PNG를 도입하는 것은 동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을 통해 극동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러시아의 이해와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우리나라의 이해가 서로 맞아 결실을 봤다.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는 연간 750만t의 가스를 2015년부터 30년 동안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2015년 기준 국내 소비량(3천350만t)의 20%에 이르는 물량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중동과 동남아 위주였던 천연가스 수입처를 러시아로 다변화하면서 공급의 안정성을 높였다. 현재 우리나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국가는 카타르와 오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4개국으로 이들이 전체의 93%를 공급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액화해 배로 실어나르는 LNG 방식이 아니라 가스배관을 통한 PNG라는 점은 공급처를 이원화했다는 의미도 크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2차관은 "일반적으로 3천㎞ 이하의 거리에서는 PNG가 LNG에 비해 공급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며 "공급선 이원화로 LNG 도입 협상에도 유리해져 도입 가격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유럽의 PNG 공급단가는 t당 410달러지만 우리나라의 LNG 도입단가는 t당 499달러로 PNG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
또 우리나라 가스배관이 러시아 전체를 하나의 가스배관으로 연결한 UGSS(Unified Gas Supply System)와 연결된다. 해외 에너지망과 처음으로 연계하는 것으로 앞으로 동시베리아 자원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러시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극동.시베리아 개발사업에 한국 기업이 선점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이밖에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극동지역에서 석유화학단지와 LNG 액화플래트를 건설해 공동 운영하며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가스공사는 이미 연간 100만t의 폴리에틸렌, 50만t의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는 석유화학공장과 500만t 규모의 LNG 액화플랜트 건설방안을 가즈프롬에 제안한 상태로 추후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양사가 합의한 가스분야 협력사업의 규모는 30년간 천연가스 구매액 900억 달러와 석유화학단지 건설비 90억 달러, 북한을 경유하는 배관건설비 30억 달러 등 1천억 달러가 넘는다.
◇ 한국.북한.러시아 3각 경협 구축
가스공사와 가즈프롬은 북한을 거치는 가스배관은 한, 러, 북한 3개국의 자재와 기술, 인력, 자본을 서로 이용하기로 함에 따라 남북경협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훈 차관은 "북한을 지나는 가스배관 공사를 성사시킬 책임은 공급국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러시아가 북한과 접촉해 협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PNG 도입과 관련, 양사의 양해각서에 가스배관 건설 때 3국의 자재와 인력 등을 이용한다는 점이 담긴 만큼 러시아가 사전에 북한과 어느 정도 조율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배관통과 요율을 적용하면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배관통과료 수입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PNG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매장국이자 수출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9월 동부지역 가스전을 개발해 UGSS로 연결해 천연가스 공급대상 국가를 유럽 일변도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번 PNG 추진으로 첫 성과를 거뒀다.
극동지역에 건설할 예정인 유화단지와 LNG 플랜트의 경우 양국이 보유한 원료가스와 기술, 자금력, 해외 마케팅 능력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지경부는 기대했다.
◇ 한.러 자원협력 확대
이명박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경제협력과 관련해 가공, 첨단기술, 에너지, 천연자원 개발 분야 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측은 가장 중요한 경협 대상인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강화의지를 표명해 한러 자원협력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석유공사와 러시아 로즈네프트가 공동으로 추진한 서캄차카 유전탐사 개발사업에서 광권이 취소됐으나 양국 정상은 서캄차카 해상광구 등 러시아 연방 내 해상광구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기로 합의함에 따라 새롭게 광권을 확보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전력과 대한광업진흥공사, LG상사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이 러시아 국영 우라늄회사인 ARMZ 우라늄 홀딩스와 러시아 우라늄광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우라늄의 안정적 수급이 기대된다.
석유공사도 러시아 자치공화국인 칼미크공화국과 석유개발 조사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유망광구 조사권리를 확보했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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