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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록거울> 국가보안법 제정 60돌

국보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28일 풀려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국보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28일 풀려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농사 짓는 농민은 피를 안다. 피를 한 포기 뽑자면 나락이 다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피를 안 뽑을 수 있겠는가?"(찬성파 박순석 의원)

"속담에 고양이가 쥐를 못 잡고 씨암탉을 잡는다는 격으로 이 법률을 발표하고 나면 안 걸릴 사람이 없을 것이다."(반대파 조현영 의원)

1948년 9월 29일, 한동안 잠자고 있던 '내란행위특별조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제출되자 여야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이 법은 곧 '국가보안법'으로 이름이 바뀐다. 이는 그해 가을 내내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공산주의의 정의와 처벌 규정이 매우 모호해 정권이 정적을 제거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조선일보의 경우 11월 14일자 사설 '국가보안법을 배격함'에서 "(국가보안법이) 크게 우려할 악법이 될 것"이라며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확고했다. 권승렬 법무부장관은 "지금 우리는 건국을 방해하는 사람하고 건국을 유지하려는 사람하고 총칼이 왔다 갔다 하고 하루에 피를 많이 흘린다. 국가보안법은 총이고 탄환이다"라며 당위성을 폈다.

국가보안법은 한민당과 이승만 지지세력이 연합한 결과 11월 20일 국회를 통과해 12월 1일 공포됐다. '한국현대사산책'의 저자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북측에 무엇을 제안한다거나 남북회담을 하자거나 합작을 하는 것도 국가보안법에 따라 처단될 수 있어 통일 논의 자체가 어렵게 됐다"고 말한다.

탄생하자마자 국보법은 괴력은 발휘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듬해 4월까지 국보법으로 체포된 사람이 8만9천700여 명에 이르렀다. 1949년 한 해엔 11만여 명이 붙잡혔다. 체포자로는 남로당에 연루된 박정희 소령도 포함돼 있었다.

국보법 태동의 계기는 여순사건이다. 1948년 10월 15일 발생한 여순사건은 10여 일 만인 10월 26일 완전히 진압됐다. 이승만 정부는 이후 대대적 검거 선풍을 일으키며 좌익 척결과 정권 강화의 호기로 삼았다. 그런 가운데 애먼 희생자도 속출했다.

그 중 한 사람이 김구였다. 이범석 국무총리 겸 국방장관은 10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정권욕에 눈이 어두운 몰락한 극우정객이 공산당과 결탁해 벌인 정치적 음모"라며 사실상 김구를 지목한다. 이에 김구는 여순사건 진압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극우분자가 금번 반란에 참여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며 관련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여순사건은 군에도 큰 회오리를 몰고왔다. 빨갱이를 솎아내 처단한다는 이른바 숙군(肅軍)작업이었다. 그해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숙군 대상이 된 군인은 4천700여 명으로, 전체 군의 약 5%에 달했다. 이 가운데 총살형을 당한 군인은 2천여 명에 이른다. 11월 11일 체포됐던 박정희 소령은 구명운동으로 기사회생해 후일 대통령이 된다.

올해로 국가보안법 제정 60돌을 맞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국보법 존폐를 놓고 간헐적으로 찬반 논란을 벌여왔다. 분단상황에서 존치가 꼭 필요하다는 측과 형법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법이 회갑을 맞은 올 가을엔 이런 논쟁이 재연되지 않을까싶다.

국보법 위반 혐의로 지난 26일 체포됐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의 사건은 논란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는 사회주의노동자당 건설을 위해 조직을 결성하고 '사회주의자'라는 유인물을 제작해 뿌렸다는 등의 혐의를 받았다. 일부에선 냉전시대 유물을 이용한 공안정국용 수사라며 반발한다. 이런 터에 여간첩 원정화 검거사건까지 발생했다. 국보법의 유효성 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사례들이다.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8/08/29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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