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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마미치 도모노부 전 도쿄대 교수

송고시간2008-08-04 18:50

이마미치 도모노부 전 도쿄대 교수
이마미치 도모노부 전 도쿄대 교수

이마미치 도모노부 전 도쿄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마미치 도모노부 전 도쿄대 문학부 교수가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독도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문화부 기사 참조>>

"민족주의 자극 日교과서 독도명기 지양해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일본 최고의 지성 중 한 명인 이마미치 도모노부(今道友信) 전 도쿄대 문학부 교수는 4일 이른바 독도 사태와 관련,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행동은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제22차 세계철학대회 참관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마미치 전 교수는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본의 원로철학자다. 20여년간 도쿄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뿐 아니라 파리 철학국제연구소장, 국제형이상학회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동양 철학자 중 서양에서 가장 주목받은 미학자이자 사상가였던 그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강조한 점은 편협한 민족주의 틀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사유(思惟)하라는 말이었다.

이마미치 전 교수는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육 지침으로 사용될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명기한 일은 "불필요하게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일"이라면서 평가절하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한국은 몇 번째 방문인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20-24회 정도 방문한 것 같다. 서울대에 친구가 있어서 1960년대 집중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것 같다. 한국인 제자도 많이 있어서 제자들을 보러 많이 왔었다.

--동양인으로 서양철학을 하기 어려웠을텐데.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것은 때때로 어렵지만 겸손한 자세로 공부를 하다보면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양이 우리와 다른 전통과 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차이 속에서도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서양과 동양철학은 둘 다 매우 수준 높은 학문이다.

--동양에서 철학대회가 최초로 열리는데. 동양철학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17세기부터 동서가 서로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8세기에는 그 관심의 폭이 넓어져 서로의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 출판되기 시작했다. 19세기부터 예술적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인 교류가 이뤄졌다. 20세기부터 동.서가 직접 대화하기 시작했으며 근래에는 이론적으로 상호 도움을 주고 받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 이처럼 동.서가 만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린 것뿐이다. 세계철학대회는 서로의 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가 한국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말한다. 일본은 중국, 인도, 한국을 통해 많은 문화를 받아들였다. 일례로 일본 나라시대의 불교조각상은 백제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다. 백제 유적지를 직접 방문해 보면 이를 금방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를 존경한다. 번역물을 통해 한국의 시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런 학제적 배경 속에서 말씀드린다. 일단 나는 독도에 대해 한국, 일본의 일반적인 국민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테베공략 7장군'을 보면 두 형제가 테베의 지배권을 놓고 다투는 장면이 있다. 결국 1년씩 돌아가면서 왕을 하기로 합의를 하는데 어쩌면 이런 방법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이 돌아가면서 독도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리스적 개념으로보면 이런 교차지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독도에 설립되는 대학에서 교편을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웃음)

--교과서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마찬가지다. 우리는 민족주의 시대를 넘어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살고 있다. 일본 정부가 교과서 지침서에 독도가 원래부터 일본땅이라고 명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짓이다. 예전에는 국경이 중요한 가치였지만 이제는 무역의 발달로 돈만 가지면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뭐든 살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마디로 국경은 이제 낡은 개념이 된 것이다. 과거의 국가주의 혹은 민족주의로 회귀할 게 아니라 미래적 사고방식에 천착하는게 바람직하다. 일본 정부가 민족주의를 자극하려 하는 것은 불필요한 생각이다. 독도는 작은 섬이다. 큰 이권도 없다. 어쩌면 이번 독도문제는 민족주의를 넘어 진정한 세계시민주의에 도달할 수 있는 철학적 관점을 제공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제 과거 민족주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

--철학자로서 국경이란.

▲거듭 말하지만 국적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Nothing) 것이 됐다. 민족주의, 국가주의시대는 이미 지났다. 나에게 일본학생이나 한국학생은 다 똑 같은 학생이다. 차별이 없다. 물론 무의식적으로 내게 '일본민족'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철학자로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다. 우리는 포스트모던시대에 살고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한다.그게 세계시민적인 사고태도다. 세계가 '나의 조국이다' .

-- 일본 미학이 서양에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동양 예술은 하나의 표현(Expression)이 중심이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물의 색을 그대로 재현하는게 중요하지 않다. 수묵화에서 검정색과 흰색만을 사용하는게 바로 그 이유다. 자연적인 색깔을 거부하는 것이다. 반면 서양 예술은 모방, 즉 미메시스가 중심이다. 나뭇잎이 초록색이면 초록색을 그대로 써야한다. 때문에 묘사가 중요하다. 이 같은 차이점 때문에 서양인들도 동양 미술을 보고 놀랐고, 동양인들도 서양작품을 보고 놀란 것이다.

◇이마미치 도모노부(今道友信) =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본의 원로철학자이자 미학자다. 1948년 도쿄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대, 독일 뷔르츠부르크대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1962년부터 1982년까지 도쿄대 문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파리 철학국제연구소장과 국제형이상학회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동양과 서양의 철학을 접목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에코에티카', '현대의 사상' 등이 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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