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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한국학교를 아십니까>

시베리아 사하한국한교 교장
시베리아 사하한국한교 교장(야쿠츠크<러'사하공화국>=연합뉴스) 박창수 특파원 = 러시아 동시베리아에 14년 전 설립돼 명문학교로 발돋움한 사하한국학교의 올가 포파포바 교장. <국제기사 참조>
pcs@yna.co.kr

(야쿠츠크<러시아 사하공화국>=연합뉴스) 박창수 특파원 = "한국 기업인들의 무책임한 말만 믿고 학교를 설립한 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이 곳 고위층 자녀가 앞다퉈 들어오려고 하는 명문학교가 됐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 가운데 한 곳인 러시아 동시베리아의 사하공화국(야쿠티아)에 14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하한국학교'가 있다.

사하공화국 내 11년제 정규 초중등학교(쉬콜라)에서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 등을 가르치는 곳은 있지만 아예 학교 이름을 '한국학교'로 못박은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

5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 3시간 의무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 학교의 분위기가 한국과 비슷할 정도로 엄격해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명문학교로 소문나면서 공화국 건설부 차관과 현지 석유회사 사장, 모스크바 주재 사하공화국 대표 등 현지 고위층의 자녀가 이 학교를 거쳤으며, 입학 경쟁률이 7대 1 정도로 높아 때로는 '배경'을 동원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졸업생들도 현지 정부나 대기업 등에 진출해 사회 주류층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보니 입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학교 벽에다 페인트칠을 하고 도망가는 등 한국학교는 종종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올가 포타포바 교장은 "현재 28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는데, 교실이 부족해 2부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증축 공사가 마무리되면 학생들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가 처음부터 잘 나간 것은 아니었다. 92년 소련연방 붕괴 후 외국인들이 물밀듯 밀려올 때 한국의 기업인들도 러시아 연방 내에서 가장 땅덩어리가 크고 자원이 풍부한 이 곳을 찾았다.

시베리아 한국한교 관계자들
시베리아 한국한교 관계자들(야쿠츠크<러'사하공화국>=연합뉴스) 박창수 특파원 = 러시아 동시베리아에 14년전 설립된 사하한국학교에서 김행근 초대 교장과 올가 파타포바 교장, 김무영 총영사가 학교의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국제기사 참조>
pcs@yna.co.kr

기업인들은 각종 지원을 약속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뒤 관심을 끊었지만, 사하공화국은 한국인들의 진출을 기대하며 선뜻 이 학교를 세우게 됐다는 것.

학교설립 후 교사파견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 당시 받은 명함을 들고 서울로 무작정 찾아간 사하공화국 관리들은 명함의 주인공들은 만날 수 없었고, 우여곡절 끝에 한국외대 강덕수 러시아어과 교수를 만나게 됐다.

강 교수는 "이전에 사하공화국과 거의 인연이 없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사람들을 보고, '사고가 났구나'하는 직감에 교사파견과 학교운영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강 교수는 제자 가운데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군에서 막 제대한 김행곤(42)씨를 반강제로 이 학교로 보내 교장을 맡겼다. 김 전 교장은 학부모들의 항의에도 아랑곳없이 말썽 부리는 학생들을 퇴학시키는 극단의 조치를 취해가며 학교를 빠르게 안정시켰다.

김 전 교장은 "학교가 안정되자 사하공화국의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인들이 돈을 들고 들어와 이 학교를 장악하려 했지만, 우리에게 아주 우호적인 부대통령 등과 힘을 합쳐 학교를 지켜냈다"고 말했다.

학교는 지켰지만 또 다른 문제는 졸업생들이 갈 때가 없었다는 것. 2000년 고민 끝에 강 교수와 김 전 교장은 학부모들과 힘을 합쳐 공화국 내 최고 대학인 야쿠티아 국립대학에 아예 한국어학과를 만들었다.

김 전 교장은 "이제는 자원이 풍부한 이 곳에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해 오지에서 힘들게 한국어를 배운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 학교는 2층 건물을 3층으로 증축하고 1층을 말끔히 단장하는 공사가 한창인데 내장공사비는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증축비는 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포타포바 교장은 학교가 걸어 온 길을 설명한 후 "수시로 학부모들에게 손을 벌리고 시청의 도움을 요구하면서 한국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모자라는 게 너무 많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사하 정부는 지난 해 한국문화원을 설립해 주겠다는 한 기업인의 말만 믿고 수도 야쿠츠크 중심가에 무상으로 땅을 제공했지만, 이 기업인도 갑자기 손을 떼는 바람에 문화원 설립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c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12/04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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