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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는 민주투사 父는 친일작가?">

민족문제연구소가 2005년 발표한 친일인물 명단
민족문제연구소가 2005년 발표한 친일인물 명단


'친일문인' 아들의 안타까운 항변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이미 세상을 떠난 모친과 여동생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민주화 투사였습니다. 평생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해온 부친 역시 1980년 은관문화훈장까지 받았습니다. 그런 부친이 '친일문인'이라니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삼오당(三誤堂) 김소운(1907-1981)은 '목근통신', '삼오당잡필' 등의 작품을 남긴 한국현대수필을 대표하는 수필가이자 시인이다. 특히 평생에 걸쳐 우리 문학작품을 일본에 소개하는 데 공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가 생활하며 '조선구전민요집', '조선동요선', '조선민요집', '조선시집' 등을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했으며 이들 작품은 지금까지도 '원작보다 좋은 번역'으로 정평이 나있다. 1980년 작가는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김소운은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2005년 8월 발표한 '친일사전 수록 예정 문인 명단'에 올랐다. 이 명단에 포함된 '친일 문인'은 이광수, 서정주, 김동인, 박태원 등 35명.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김소운은 1943년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와 '녹기'라는 일본 잡지에 친일적인 내용의 시와 수필을 여러 편 발표했다.

특히 문제가 된 작품은 '야마모토 원수의 국장일', '재장', '부조의 오명을 일소' 등 3편.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의 죽음을 애도하고, 학병 출전을 권유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문인'을 가려내는데 있어 ▲1937년 중일전쟁 이후 발표한 글을 대상으로 했고 ▲식민주의와 파시즘 옹호 여부를 따졌으며 ▲이 같은 글을 3편 이상 쓴 문인 등 근거자료가 명백한 문인들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소운의 장남(58)은 내달 발간될 예정인 계간지 '대산문화' 가을호에 기고한 '일생을 한국문학 일본 소개에 바친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친일 반민족인사(?) 나의 아버지 김소운'이라는 글을 통해 부친이 '친일문인'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항변을 털어놨다.

아들 김씨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밀항을 통해 일본에 건너간 부친은 20대 초반부터 죽을 때까지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데 몸바친 분"이라며 "어떻게 2-3편의 글을 가지고 '친일작가'라는 딱지를 붙여 모든 공적을 뭍어버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수필가 김소운(오른쪽)
수필가 김소운(오른쪽)

특히 김씨는 "어머니와 여동생은 국민이 알아주는 민주 투사인데 부친은 사후 '친일파'가 됐다"며 안타까운 사연도 공개했다.

이미 작고한 김소운의 딸과 아내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아래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인물들이다. 딸은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 사건 당시 여학생으로는 유일하게 기소돼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아내는 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의 모체가 된 '구속자가족협의회'(구가협) 창립을 주도한 '여걸'들이다.

김씨는 "어머니와 동생이 일조해 탄생한 민주주의정권 아래서 부친은 친일파로 몰리고 말았다"며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라며 씁쓰레 했다.

'친일 문인 명단' 작성에 참여한 문학평론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당시 '친일 작가' 선정기준(친일 작품 3편 이상)으로 볼 때 김소운을 뺄 수는 없었다"면서도 "현재 명단은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김소운에 대해서는 아직 심사가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내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할 때 이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명단을 확정할 것"이라며 "김소운씨가 ('친일문인' 명단에서) 빠질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소운이 넓은 의미의 '친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못 박은 임 소장은 김소운이 비록 '친일 문인'으로 분류되더라도 그의 공과(功過)는 분명하게 병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김소운 작가와 같은 '소극적' 친일도 친일로 못 박아야하는 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한 평론가는 "김소운은 1907년 태어난 사람으로 전부 일제식 교육을 받았고 일본에서 일본어를 하며 살았던 사람으로 노골적으로 친일을 했던 이광수 등과는 다르다"며 "소극적 친일과 적극적 친일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1940년을 전후한 시대, 즉 (친일작품을) 쓰지 않으면 당장 끌려갈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쓴 것까지도 '친일행위'로 보는 것은 너무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4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맥락'은 거세되고 '문건'(작품)만 남은 상황에서 (소극적 친일과 적극적 친일을) 구별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 원로 평론가는 김소운의 아들이 제기한 항변에 대해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위해 항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김소운이 친일을 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김소운은 친일문인이기도 하지만 (한국문학을 일본에 소개한) 공적을 인정받아 문화훈장까지 받은 굉장한 사람"이라며 "작가의 공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친일인명사전의 문학부문에 올라있는 문인은 곽종원, 김동인, 김동환, 김기진, 김문집, 김상용, 김소운, 김안서, 김용제, 김종한, 김해강, 노천명, 모윤숙, 박영희, 박태원, 백철, 서정주, 유진오, 이광수, 이무영, 이석훈, 이찬, 이헌구, 임학수, 장혁주, 정비석, 정인섭, 정인택, 조연현, 조용만, 주요한, 채만식, 최재서, 최정희, 함세덕, 홍효민 등이다.

jsl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7/08/29 07: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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