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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의 졸업'과 `스무살의 졸업'

송고시간2005-02-24 15:10

서울대 졸업 최고령 김상옥씨..최연소 한혜민군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다가 19년만에 학교로 돌아온 만학도가 학사모를 썼으며, 최연소 서울대 입학생은 4년만에 또다시 최연소 졸업의 기록을 세웠다.

올 해 서울대 최고령 졸업생은 수의학과 80학번 김상옥(43)씨.

김씨는 1981년 5월 광주항쟁 1주기를 추모하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은 이후 학교를 떠났고 이듬해 군에 입대, 광주 상무대로 배치됐다. 그곳에서 광주항쟁 진압군이었던 군대 고참들에게 고향이 전라도라는 이유로 구타도 많이 당했다.

85년 제대한 김씨는 용접을 배워 인천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으며 열성적인 노동운동가였던 김씨의 이름은 곧 인천지역 사업주와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

지도교수였던 양일석 교수가 직접 찾아와 "이제 그만하고 학교로 돌아가자"고 했을 때도 김씨는 "말씀은 고맙지만 광화문 네거리에서 만세 부를 때까지 안 가겠습니다"라며 거절하기도 했다.

92년부터는 일용직노동자로 일하며 일용직노조 운동을 시작했다. 짧으면 보름에서 길면 석 달씩 지방으로 다니는 생활이 계속되자 아이들이 아버지를 못 알아보기도 했다.

81년 김씨가 야학교사로 활동할 때 학생으로 처음 만난 동갑내기 부인 김영선씨는 노동운동을 하다 87년 아이를 낳은 뒤 활동을 접고 지금은 생계를 잇기 위해 공장에 나가 일하고 있다.

20여 년을 노동현장에서 질풍처럼 달려온 김씨는 2000년 다시 학교로 돌아올 결심을 했다.

김씨는 "일흔을 넘겨 몸이 편찮으신 아버님을 보며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된 도리를 하고 싶었다"며 "뭔가 전문적인 일을 하기 위해 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도교수였던 양일석 교수를 찾아갔고 양 교수는 "잘 왔다. 아무 문제 없다"며 반겨줬다.

이후 김씨의 고된 `주경야독'이 시작됐다. 학비를 벌기 위해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일용직 노동을 계속하고 옛 대학 지인들이 도와줬지만 매년 수백만원의 적자가 났고 지금도 카드부채가 적지 않다.

하지만 다시 시작한 공부는 오히려 재미있었다. 김씨는 "20여년만에 책을 보니 처음엔 어려웠다"며 길이 있으면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중학교 영어 참고서부터 다시 보면서 기초를 다졌다"고 웃었다.

그는 "첫 강의가 해부학과 조직학이었는데 수업에 들어가니 마냥 좋았다"며 "`아, 공부를 다시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흥분되고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25년만에 졸업하게 된 김씨는 우선 동물병원을 개원해 그간 신세졌던 고마운 이들에게 빚도 갚고 카드 부채도 갚아나갈 예정이다.

그는 "원래 시골출신이고 예전부터 농민들과 함께 지내며 상부상조하는 삶을 꿈꿨다"며 "앞으로는 생활협동조합운동이나 화학약품을 첨가하지 않는 유기농 먹거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분야를 좀 더 연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해 최연소 졸업생인 한혜민(20.국민윤리교육과)군은 2000년 당시 최연소 서울대 입학생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97년 초등학교를 졸업한 한군은 1년만에 검정고시로 `최연소 최고득점'을 기록하며 중학교 과정을 통과했다.

한군은 특목고에 합격하고도 평소 컴퓨터를 좋아하는 적성을 살려 실업계 고등학교인 대진전자정보고에 입학했으며 `정보윤리'에 관심을 갖고 국민윤리교육학과에 진학했다.

`최연소' 기록행진으로 서울대를 졸업하게 된 한군은 앞으로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해 과학기술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한군은 "하고 싶은 공부를 뒤로 미루지 않고 빨리빨리 하다 보니 졸업도 빨라졌다"며 "앞으로 박사과정까지 밟아 컴퓨터와 연계된 윤리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대는 25일 오후 제59회 학위수여식을 열고 학사 3천343명, 석사 1천733명, 박사 507명 등 모두 5천583명에게 학위를 수여한다.

졸업식에는 수학교육과 문한봄(23)씨가 평점 4.25(4.3 만점)로 성적최우수 졸업생의 영광을 안았으며 터키 출신의 에다수멜과 엘라수멜 등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경영학과를 졸업하게 돼 눈길을 끌었다.

cim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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